주사피부염 수란트라 크림 끊고 완치한 1년차 후기

접촉성 피부염의 잦은 재발이 있었지만, 처방받은 스테로이드약과 항히스타민으로 증상을 가라앉히던 어느 날 얼굴에 홍조가 생겼다.

처음 겪는 증상에 놀라기도 했지만, 먹다 남은 비상약이 있었기에 평소처럼 약을 먹었다.

가라앉기는커녕 다음날에는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있었다.

증상이 뭔가 다름을 직감하고 병원에 갔지만, 진단은 접촉성 피부염이었다.

며칠 간격으로 3군데 이상의 피부과를 가봤지만, 진단은 각기 달랐다.

어느 병원에서는 접촉성 피부염이라 진단하고, 어느 병원에서는 주사피부염, 또 어느 병원에서는 지루성피부염이라고 진단했다.

병원 3군데의 진단은 달랐지만, 처방해 주는 약은 차이가 없었다.

평소에 먹던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 그리고 스테로이드 연고..

진단한 병명은 틀리지만, 처방약이 똑같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처방약 잘 먹기와 스테로이드 연고 잘 바르기 뿐이었다.

연고를 처음 발랐을 땐,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점차 원래상태로 유지하는 시간이 짧아졌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스테로이드 연고와 먹는 약을 중단하고, 약물로 조절되는 증상들이 약물 중단 후 약을 사용하기 전보다 심해지는 스테로이드 리바운드가 왔다.

전보다 더 심한 얼굴 상태라 출근하기도 싫었다. 얼굴이 언제쯤 나아질까 거울을 습관적으로 많이 보게 됐는데, 거울도 깨버리고 싶었다.

스테로이드 리바운드가 오지 않기 위해서는 약을 점차 줄여나가며 끊어야 한다.

나는 서서히 줄여가는 방법으로 설명대로 끊었지만 리바운드가 왔다.

혹시 목디스크 주사치료제로 쓰인 스테로이드의 영향이었을까?

이미 리바운드가 오고 나서 이것저것 따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다시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아서 되짚어봤다.

하지만 정확히 알 수도 없었고, 피부과 선생님도 피부염은 원인도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 면역체계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증상을 가라앉히고, 다시 나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었다.

 

일상생활을 무너트리는 주사피부염 증상

볼이 발그레하면 싱그럽고 예뻐 보인다 했던가?

일부러 블러셔로 볼터치도 한다지만 주사피부염은 그렇지 않다.

보는 사람들마다 술 먹었냐 물어보기도 하고, 얼굴이 왜 그래?라는 말을 매일 듣게 되면 정신질환이 생길 것만 같았다.

원래 피부가 흰 편이고, 트러블도 나지 않는 피부여서 피부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는 나에겐 일상생활조차도 힘들었다.

사람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보니, 고개를 숙이거나 아이컨텍하는 것도 싫어졌다.

사람을 마주하는 것도 힘들지만, 제일 힘든 부분은 얼굴이 빨갛게 된 부분에 계속 열이 난다.

볼에 열이 나다 보니, 열기가 눈까지 느껴질 정도라 눈도 더 건조해졌다.

피부가 원래 건성이었지만, 피부 속이 찢어질듯한 통증도 처음으로 겪었다. 

빨간 얼굴을 가리기 위해 화장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얼굴 피부가 아프다 보니, 가리면 가릴수록 피부에 자극이 가서 더 통증이 심해졌기 때문에 화장은 피부염의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었다.

 

로섹스겔과 수란트라크림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증상이 가라앉기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넘게 걸렸고, 불타는 고구마 얼굴은 가라앉지 않았다.

여러 군데의 병원을 다녔지만, 예전부터 다니던 병원에 다시 갔다.

증상을 설명하고, 피부상태를 확인한 후 주사피부염으로 발전했다는 진단을 해주셨다.

로섹스겔과 수란트라크림이라는 치료 연고가 있는데, 수란트라는 자극이 심해서 피부가 뒤집어지는 사람이 많다고 로섹스겔을 처방해 주셨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샤워 후에 로섹스겔을 발랐다.

가만히 있어도 열이 나는 얼굴이 바르지 마자 불타는 느낌을 받아서 중단하고 싶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한 달 이상 꾸준히 발라야 낫는 약이라고 하셔서 참았다.

다음날, 날치알 몇 개가 올라왔다. 트러블 없이 홍조만 있는 피부에서 날치알까지 올라오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이틀차 호전 없이 트러블 피부로 변하는 느낌이 들어서 로섹스겔을 중단했다.

 

 

피부과에 가서 다시 진료를 받고, 수란트라크림을 처방받았다.

이전에 로섹스겔이 바르자마자 자극을 줬던 기억 때문일까? 웹으로 수란트라 후기를 찾아보는데, 피부가 더 심하게 뒤집어진다는 후기가 많았다.

바를지 말지 고민하다가 수란트라를 마지막으로 치료를 포기할 마음을 먹고 수란트라를 발랐다.

수란트라크림을 바른 직후엔 다행히도 피부는 편했다.

당장 가라앉길 바랐지만, 그건 내 욕심이고 2주 후에 피부 통증은 사라졌다.

홍조는 조금 남아있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2달간 매일 저녁 수란트라크림을 자기 전에 발랐고, 초기 2주 동안은 잘 때 얼굴이 많이 가려웠다.

밤에 얼굴이 가려운 이유는 피부의 모낭충 활동시간이라고 한다.

한 달이 지난 후에야 가려움은 사라졌고, 6개월이 지난 후에야 홍조는 90% 이상이 사라졌다.

 

주사피부염은 완치할 수 있다.

 

 

주사피부염이 한번 생기면,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항생제와 바르는 연고를 장기로 사용하지 않고 적절히 조절해서 끊어야 하는데, 이걸 지키기가 힘들다.

피부염 재발의 두려움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피부질환이라 증상이 조금만 보이면, 약을 끊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항생제를 2년 이상 장기복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수란트라 크림을 평생 바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완치까지 정말 긴 시간이 걸렸지만, 생활습관 개선과 적절한 약으로 주사피부염은 완치할 수 있다.

 

내가 주사피부염을 벗어나기 위해 제일 노력했던건, 수면시간 늘리기였다.

약물의 도움 없이 피부재생시간은 보통 10시에서 새벽 2시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시간 때에 자려고 노력했고, 평소 4시간 정도 자던 잠을 6시간 이상 자려고 노력했다.

피부과에서는 충분한 수분섭취도 권장했지만, 평소 2리터 이상 물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물 많이 마시기는 딱히 효과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얼굴 혈관에 영향을 주는 매운 음식도 먹지 않기, 밀가루 음식 먹지 않기 등등...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없는 불가능한 방법들은 하지 않았다.

잠깐 시작하고 중단할 것들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들이라 판단했고,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화장품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

주사피부염 상태에서 내 얼굴에 맞는 화장품은 트러블만 나지 않으면 된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보니 뭘 발라도 속이 건조하고 갑자기 유분이 많아질 수도 있지만, 이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니 화장품이 많은 걸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은 버리자.

결국 피부염 증상이 완화되면서 이런 증상 들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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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힘들게 하는 피부 질환 주사 피부염은 최근 마스크 장기 사용으로 인해 예전과 다르게 갑자기 환자가 늘었다고 한다.

피부 질환 자체가 면역체계와 관련되어 있어 정확한 원인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이미 주사피부염이 왔다면, 단기간에 회복할 욕심은 내려두고,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해야 한다.

나는 주사피부염 진단 이후 1년이 넘어가는 동안 주사피부염도 접촉성피부염도 재발하지 않게 됐다.

약물의 도움과 꾸준히 할 수 있는 생활습관 개선부터 시작하다 보면 증상 완화에서 완치까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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